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농돌이 2020. 3. 11. 08:25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千弗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텃밭에 심은 할미꽃 )

 

우리는 왜 모르는걸까?

생명의 봄에도,

지천으로 머금은 꽃봉오리 하나,

제 손으로 터트릴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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