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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눈
    2018. 11. 24. 18:10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계절은 또 움직이고, 변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의 추억과 사랑은 ,

    더욱

    변함없이 존재하며,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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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