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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내 자신이 작고 낮음을 확인하다산 2014. 10. 10. 21:56
참으로 내 자신이 작고 낮음을 확인하다(금계-동강)
이종성
이 세상 혼자 왔으나 혼자 가지 않는다
혼자라도 가다보면 혼자 가는 사람 만난다
그 사람 만나 함께 가는 세상이 된다
그대 청춘이 너무 아프거나 삶이 아름아름해질 때마다
혼자 찿아들게 되는 저 깊은 지리산의 길들
저기서는 꿈보다도 환한 동자꽃을 만난다
고독보다 깊은 눈물도 만난다
사정없이 후려치던 장대비도 만나고
눈 덮인 어느 산장 침낭속에 웅크린 나도 만나게 된다
부러질지언정 직립을 고집하는 나무들과
누대에 걸쳐 역사를 져 나른 지게도 만나고
일시에 갈증을 해소하는 한 바가지의 샘물도 만난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또 만나는 저 산
저 산에 기ㅏ면 참으로 내가 작고 낮더라
새몰재 넘어 걷는 임천강 길에서 자빠지고 넘어질지라도
용유담을 향하여 함께 흘러가다 구름을 만나고
아궁이에 장작불 피우며 만나는 눈물의 밤도 있더라
버릴 것은 버리고, 태울 것은 태워야 하더라
그래야 생각의 아궁이가 복잡해지지 않더라
구시락재 넘어 동강마을의 눈부신 아침을 어찌 잊을까
새벽같이 보리싹을 뜯어 먹으러 왔던 노루가
화들짝 놀라 논을 가로질러 겅중겅중 뛰어가고
덩달아 너른 보리밭이 기지개를 켜며 푸르게 일어서는 길
거목이 당산목으로 서 계신 점필재 선생이
말 없이 지켜보고 계시더라
그대의 발걸음이 쓰고 있는 생의 한 문장을
고요히 읽는 그분이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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