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

농돌이 2014. 11. 9. 17:58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


전화를 건다
빈 집, 빈 방, 도시의 빈 가슴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좌한 어둠이 진저리를 친다
화들짝 놀라 깬 침묵이 수화기를 노려본다
거미의 파리한 손가락이 뻗어나와
벽과 벽 사이
공허의 모르쓰 부호를 타전해온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뻐마디를 일으켜 세운 어둠이
싸늘한 바람을 몰고 온다
구석진 한 귀퉁이에 겨우 발붙이고 있는
체온을 딸깍 꺼버린다.
가느다란 신경줄 하나
수화기 옆에 오똑 웅크리고 앉아 오로지
듣고 있다. 침묵의 제 발자국 소리를
공허의 빈 들판에서 우롱, 우롱, 우롱……
소용돌이치는 죽음 같은 절망
절망 같은 죽음을 쓸고 오는
허무의 바람 소리를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적막의 물살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벨 소리
빈 집, 빈 방, 빈 도시의 가슴에서 헛되이
메아리진다 
 

 

내장산 단풍객들!

 

모두 가을 속으로 달려갑니다

 

오늘도 이 방에 오신 분들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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