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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하여-정호승-삶 2014. 4. 29. 08:17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무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라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늘은 마음을 더 비우고 시작해야겠다
그동안 한켠에 쌓아 놓은 많은 것들을 다시 버리려 한다
비가 온다
술로는 안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젊은 시절에는 불구덩이 속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얼음 속에서 버려야 산단다!
기대도 해보며,
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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