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농돌이 2023. 9. 23. 11:0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무엇을 기다려 본 경험은 다 있습니다

생일, 소풍, 합격자 발표, 승진,,,,

기다림은 참 마음 졸이고, 고통 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기다리는 것이 줄어드는 것인가요?

가을이 훅 찿아오고,,,,

부산하고, 바쁜 가을 아침에, 이불 빨래를 하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기다리다 지치면,,,

바로 찿아가는 적극성이 있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많은 것들을,

아끼고, 주저하다 베풀지 못한다면 더 아플 것 입니다

누구의 말처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합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망 / 박진식  (39) 2023.10.01
한가위 / 이해인  (39) 2023.09.28
가을 고백 / 나태주  (32) 2023.09.03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14) 2023.08.19
소박한 기도 / 김남조  (8) 202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