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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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관한 명상 / 이외수산 2020. 5. 20. 06:26
길에 관한 명상 / 이외수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사물도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다. 때로 인간은 자신이 실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길을 간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길을 가는 데 가장 불편한 장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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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 이외수삶 2017. 8. 20. 11:39
비 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 이외수 이 세상 슬픈 작별(作別)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解體)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詩語)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作別) 끝에 비로소 알게 되더라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회색(灰色) 하늘에 머물러서 울음이 되더라 범람(氾濫)하는 울음이 되더라 내 영혼(靈魂)을 허물더라. 〔 달맞이꽃 〕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며 물가·길가·빈터에서 자란다. 굵고 곧은 뿌리에서 1개 또는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곧게 서며 높이가 50∼90cm이다. 전체에 짧은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줄 모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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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엽서 / 이외수삶 2017. 7. 30. 04:50
여름 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는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 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 만으로도 내 뼛 속 가득 떠오르는 해 (천리포수목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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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엽서/ 이외수삶 2015. 6. 15. 13:47
여름엽서/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