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농돌이 2018. 2. 28. 19:23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송이  꽃과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성기게 내립니다

묵은 때를 씻어내고

찬란한 봄이 오려나 봅니다

 

멋진 3월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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