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1월!
    농부이야기 2014. 11. 1. 00:57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11월/유안진

    무어라고 미처
    이름 붙이기도 전에
    종교의 계절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은 차라리
    달디단 살과 즙의
    가을 열매가 아니라

    한 마디에 자지러지고 마는
    단풍잎이었습니다

    두 눈에는 강물이 길을 열고
    영혼의 심지에도
    촉수가 높아졌습니다

    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그대 나에게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2014년도 결산의 시기가 되어갑니다

    11월,

    멋지게 마무리 하시고, 행복하세요!!

     


     


    '농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잎/류시화  (4) 2014.11.03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0) 2014.11.02
    어머니에 대한 고백 / 복효근  (0) 2014.10.24
    일요일의 미학 / 김현승  (2) 2014.10.19
    목화꽃!!  (0) 2014.10.13

    댓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