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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불국사의 가을,,, !
    2016. 11. 18. 14:05

    정호승 / 연어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 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아주 오랜 기억이 있는 곳에 왔습니다

    수학여행, 아이들과의 십수년 전의 여행,,,,

    먼 기억과 시간 속으로의 여행 입니다

     

     

    모른다 / 정호승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도 끝난 줄을 모른다

     

    창 밖에 내리던 누더기눈도

     

    내리다 지치면 숨을 죽이고

     

    새들도 지치면 돌아갈 줄 아는데

     

    사람들은 누더기가 되어서도 돌아갈 줄 모른다

     

     

    새벽의 시 / 정호승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네

    나뭇잎이 나무의 눈물인것을

    새똥이 새들의 눈물인 것을

    어머니가 인간의 눈물인 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얼마나 고마운 일이란 것을

    새들이 우리의 지붕위에 날아와

    똥을 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이란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잠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새벽이 되어서야

    눈물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정호승

     

    불국사 종루 근처

    공중전화 앞을 서성이다가

    너에게 전화를 건다

     

    석가탑이 무너져내린다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시 또 전화를 건다

     

    다보탑이 무너져내린다

    다시 또 공중전화카드를 꺼내어

    너에게 전화를 건다

     

    청운교가 무너져내린다

    대웅전이 무너져내린다

    석등의 맑은 불이 꺼진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놓고

    그대로 종루로 달려가

    쇠줄에 매달린 종메가 되어

    힘껏 종을 울린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호승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 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고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두운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기다림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안고 웃어 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오랜 곳으로의 여행은,

     

    어머니에게로 가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나를 받아주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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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