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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2015. 5. 6. 14:02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에 가고 싶었던 마음은 항상 있었다

    특히 몸이, 마음이 힘든 시간이면 더욱 그랬다

    힘든데 왜? 가냐고 아내는 뭐라 한다,,,,

    종주를 미루다가 통제가 되고, 노동절에 아내와 같이 오르기로 한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중산리에 주차하고, 정상-장터목-세석에서 하산키로 한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아내의 몸 상태가 아주 안 좋다

    힘들게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여 휴식!

    화장실과 쉼터 위에 진달래가 예술이다

    화장실의 품격이 진달래 한그루로 완전히 바뀌었다

     

    법계사 위 암릉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산행로 좌우에는 얼레지가 군락을 이뤘다

    만개한 모습이 아름답다

    지천이다!

     

    잠시 쉬면서 제석봉 방향을 본다

    봄이 완연하다

    힘들어 하는 아내와 협의한다,,,,, 하산할까?

    어거지로 오르는 천왕봉 ,

    고사목 주변으로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정상은 콩나물시루처럼 산님들로 가득하다

    모두 지리산으로 오셨나보다

    피어오르는 운무!

    대충 한방?

    여기서 하산을 결정한다

    허락한 만큼만 즐겨야 한다

     

     

     

    법계사 위 산행로 아래, 너럭바위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산 아래의 신록과 정상부의 회색이 대조를 이루고, 꽃은 더욱 붉다

     

    천천히 순류류로 하산하여, 순환버스를 탔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동서는 성삼재에서 세석으로 오고, 나와 만나서 저녁을 하기로한 약속도 못지킵니다

     

    낙장불입 시인께서 노래한 것처럼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는 싯구가

    맴돈다

    산은 각자의 마음으로 오지만

    입산의 자세도, 하산의 자세도 중요하리라,,,,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지리산,

    힘들고, 외로운 날 오는 지리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내가 힘들고

    다른 산에 비하여 볼 풍경이 적어도

    와서 걷다보면

    하산하면

    다시 오고 싶어지는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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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