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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찔레 꽃 꽃 덤불 / 김용택
아직도
촉촉하게 젖은 눈을
너는 찾지 못했느냐
하얀 찔레꽃이 진다
지는 찔레꽃잎을 따라
어둠 속을 향해 가는 우리들의 손은 얼마나 짧으냐
하얗게 기운 너의 한쪽 어깨가
어둔 강물에 젖는다
인생은,
사랑은,
때로 너무 쓸쓸해서 더는 걸을 수가 없구나
더는 걸을 수 없을 때
너는 술잔을 앞에 놓고 흔들린다
덧없이 흘러가는 봄밤이 외로워
한없이 흔들린다
술잔에 어른거리는
불빛들도 어디에 가 닿지 못해 술잔에 부딪쳐 떨며
사라진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말거라
꽃이 지는 찔레나무 찔레꽃 하얀 꽃 덤불처럼
가는 봄날을 울지 말거라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풍겨오는 짤레꽃 향기에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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