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에도 버들강아지 피었습니다

농돌이 2014. 2. 16. 20:34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오늘 용봉산에 다녀왔습니다

용봉폭포에 얼었던 얼음이 가시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더군요

그리고 버들강아지가 피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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