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오고, 눈은 내리고, 장미!

농돌이 2012. 12. 5. 20:04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워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오는 어둠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저쪽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볼폼없음이

그대 임이겠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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