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농돌이 2018. 4. 25. 19:29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 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 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비 내리던 날,

 

개심사 추녀 아래서,

 

젖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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