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물 / 노향림

농돌이 2018. 3. 22. 21:12

깊은 우물 / 노향림

그대 가슴에는
두레박줄을 아무리 풀어내려도
닿을 수 없는 미세한 슬픔이
시커먼 이무기처럼 묵어서 사는
밑바닥이 있다.

그 슬픔의 바닥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안 보이는 하늘이 후두둑 빗방울로 떨어지며
덫에 걸린 듯 퍼덕였다.

출렁이는 물 위로
누군가 시간의 등짝으로 떠서 맴돌다
느닷없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다.
소루쟁이 풀들이 대낮에도 괭이들을 들쳐메고
둘러선 내 마음엔
바닥 없는 푸른 우물이 오래 묵어서 숨어 있다

 

바다가 곁에 있는 길,

소금기 머금은 바람과 소리가 있는 곳,

간간히 걷는 이들의 목소리가 뭍어 나는 곳,

 

그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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