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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꽃으로 핀다 / 김인육삶 2019. 6. 3. 10:28
그리운 것은 꽃으로 핀다 / 김인육
졸업한 지 30년도 지난 겨울
고향 땅이 천 리도 넘는 서울 약수역 근처에서
세월의 문을 열고 초등학교 동창회에 간다
영태, 미숙이, 귀숙이, 광수, 덕수, 종란이……
이름을 알 길 없는 길섶의 풀꽃들 마냥
아른아른 눈에는 익으나 끝내 떠오르지 않는 이름표를 달고
정겹고 환한 들꽃들까지 어울려 피어 있었다
모두, 마흔다
섯의 세월을 껴입은 채
열세 살의 꽃으로만 피어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나를 위해 웃던 꽃도 있었고
위하여 내가 웃어야 했던 꽃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봄이 왔고 여름이 갔고
우리들은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위하여 웃었고
누군가를 위하여 울어야 했다
받아쓰기를 하고
구구단을 외고
술래잡기를 했던 그날의 우리는
삼각함수로도 풀지 못하는 사랑에 대해 몰랐었다
극한값이 제로가 되는 인생에 대해서는 더욱 몰랐었다
사랑아,
그리운 것은 꽃으로 다시 핀다는 것을 알기까지
50년이 걸렸다.봄을 지나서 초여름입니다
나는 어디쯤 걷고 있는 것인가?
당신과 나의 봄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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