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 3

천왕봉 아래 예담촌 작약

같은 꿈을 꾸다 / 김남조백지 한 장에다검은 글자 몇 개로찬란한 세상 한 일으켜 세우라고잘만 조합하면 스물넉 자¹) 로도 넉넉히나 홀로의 왕조를 일으킬 수 있다는씻나락 까먹는 귀신 소리에 흐렸다가눈물 드니 유성(流星) 하나 은하계를 탈출한다천애 고아 독립하기 위하여계통발생과 개체 발생을 스스로 단전절하고단신으로 탈출하는 작은 별 하나어둠 너머 숨어버린다저렇게 작고 여린 것이맨몸으로 저 홀로 의 우주를 만들겠단 말이지유일 무익한 광채로 자라나서광막한 어둠을 밝히겠단 말이지그믐달 걱정스러운지 외눈 뜨고 내본다. 우리 엄마 장독대에서 피던 작약꽃,,,, 예담촌에서 봅니다 그냥 스쳐도 아프고, 바람에도 느껴지는 삶, 감사합니다오늘을 사랑합시다

2025.05.07

찬란했던 인제 자작나무숲의 가을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랑을 건넨 일도 잘못이 아닙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여 가장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산에게 나무에게 / 김남조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왔네 그들은 주인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의자 / 김남조 세상에 수많은 사람 살고 사람 하나에 한 운명 있듯이 바람도 여러 바람 그 하나마다 생애의 파란..

2022.11.16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생각은 생각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꿈도 목적지가 없이 커져가는 것이지요 우리 가는 길이 찿아오는 마음처럼, 아름다운 꽃처럼, 뭉게 뭉게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