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에게 / 정호승
젖은 우산을 접듯 그렇게
나를 접지 말아줘
비 오는 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우산을
그대로 접으면 젖은 우산이
밤새워 불을 지피느라
그 얼마나 춥고 외롭겠니
젖은 우산을 활짝 펴
마당 한가운데 펼쳐놓듯
친구여
나를 활짝 펴 그대 안에 갖다 놓아줘
풀 향기를 맡으며
햇살에 온몸을 말릴 때까지
그대 안에 그렇게물안개를 보러 예당지로 갔었습니다
의도 한다고 매일 주시는 것도 아니지요?
조용히 밝아오는 호수에서
아침을 맞는 것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