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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 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한
가파른 계단나 오늘 이 먼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여름 무더위와 습도는 산행에 인내를 줍니다
산꿩다리가 핀 천불동 계곡에서 놀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참 사랑해주고, 함께 한다는 생각, 느낌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것 이상의 정답도 없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신에게 긴 편지 한장 써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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