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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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삶 2023. 10. 9. 11:08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박진식 저녁,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한 소녀의 이야기를 TV에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저렇게 착하고 여린 열한 살의 소녀가 가엾게도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니 내 눈가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얼굴 전체에 얼룩이 졌습니다 그런 안쓰러운 내 모습을 본 어머니는 황급히 채널을 돌렸지만 내 얼굴에 펑펑 흐르는 눈물을 나는 닦을 수 조차 없습니다 내 몸에 붙은 손과 팔인데도 마비 때문에 닦을 수 없어 나는 그 눈물을 자꾸만 입 안으로 삼켰습니다 마치 그 아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이 내 것인 양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렇듯이 나는 흐르는 눈물조차 스스로 닦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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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행복삶 2023. 10. 7. 14:35
가을하늘 / 정연복 가을하늘은 참 좋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도 좋고 흰 구름이 여기저기 떠다녀도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깊고 고요한 바다 같다 흰 구름이 많은 하늘은 폭신폭신한 이부자리 같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고 나도 문득 하늘이 된다 누구나 떠나고푼 생각은 담고 살아갑니다 삶 한켠에, 그리움 등도 있구요 무엇을 간절히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참 행복합니다 일단 외롭지 않습니다 가을 하늘처럼,,,, 날마다 익어가는 풍경 아래 서면, 한 해 동안 살아온 살에 의미를 둡니다 지난 시간에서 삶의 궤적을 함께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추억을 넘어서 행복감을 줍니다 저의 시간이 즐겁고, 지치지 마시라 어차피 행복으로 가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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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때 / 나태주삶 2023. 10. 6. 18:01
좋은 때 / 나태주 언제가 좋은 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이 좋은 때라고 대답하겠다 언제나 지금은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햇빛이 쨍한 날 가운데 한 날 언제나 지금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지거나 새가 우는 날 가운데 한 날 저녁에 잠이 들기 전, 짧게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하루가,,,, 순간이,,, 많은 만남이,,, 생명에서 시작되었고, 살아 있음이 감사함으로 시작합니다 소망을 품은 사람은 걱정하지 않는답니다. 실패나 낙심으로 힘들어도, 곧 일어나 소망을 향해 달려갈거니까요 모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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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복귀합니다삶 2023. 10. 4. 15:51
당신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나는 빈 손이어서 드릴 게 없습니다 당신은 내게 많은 사랑을 던져 주셨지만 나는 빈 손이어서 드릴 사랑조차 없습니다 드릴 그 무엇도 없어 가만히 빈 손인 나의 손바닥을 쳐다봅니다 내 생(生)의 손금에는 당신의 손금이 그려져 있고 내 생(生)의 손금에는 너무 많은 상처가 있어 당신 또한 눈물이 많습니다 ---- 박진식 시인의 빈 손 중에서 --- 감사함으로 채워진 추석 명절을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둥근 달을 소리없이 바라보며, 아무도 모르는 소원도 기도하고면서 지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박진식 시인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움이 많아지는 시간, 가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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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삶 2023. 9. 29. 18:53
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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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어법 / 나태주삶 2023. 9. 25. 23:42
가을어법 / 나태주 가을은 우리에게 경어를 권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견디셨습니다 먼 길 오느라 힘드셨겠어요 짐까지 들고 오셨군요 가을은 우리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허락한다 그래 , 그래 ,애썼구나 잘 참아줘서 고마웠단다 이제 좀 쉬어라 쉬어야 다시 또 떠날수있지 가을의 햇빛과 바람은 우리에게 용서를 가르치고 화해를 요구한다 낙엽 들도 그렇게 한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중에서 늦은 시간 비를 맞고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충동이 아니라, 비오는 날 흠벅 젖고 싶었습니다 너이도 삶에 젖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버지가 별나라로 가시던 해에도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지금도 많이 옵니다 이별의 시간을 좀 길게 주십사 신께 간구합니다만 ,,,,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삶도 향기난다지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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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밤삶 2023. 9. 20. 21:44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 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 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 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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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삶 2023. 9. 18. 20:54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그날, 비는 많이 내리고,,, 낯설지는 않했지요 나에겐 당신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의 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