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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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길 / 이준관삶 2023. 9. 18. 20:54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그날, 비는 많이 내리고,,, 낯설지는 않했지요 나에겐 당신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나의 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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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나태주삶 2023. 9. 17. 10:37
추억 /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빛이 자라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지난 주말, 제주 탑동광장의 노을을 떠올려 봅니다 일상을 벗어나, 함께 하는 꿈을 이야기 했던 시간 입니다 우주는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내가 관측한 대상 중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다 -- 천체 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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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이해인삶 2023. 8. 31. 16:05
가을의 기도 / 이해인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가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긴 무더위와 장마의 8월, 생활하시느라 애쓰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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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용택삶 2023. 8. 30. 18:15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김장배추와 무우를 심었습니다 가을 장마가 시작되어 지척이지만 소망도 심었습니다 힘들어 하지 마시라고 ,,, 좌절하지 마시라고 ,,,, 두려워 하지 마시라고,,,, 위로의 기도도 드렸습니다 힘든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느낌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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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 류근삶 2023. 8. 25. 17:42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의 가을이 지상에 다 모였으므로 내 흩어진 잔뼈들도 홀연 귀가를 생각했을까 문을 열고 저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져서 어느 등불 아래로든 호명되고 싶었다 이마가 붉어진 여자를 한번 바라보고 어떤 언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 안경을 벗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는 일이 그런데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는 뜻 나는 식탁에서 검은 옛날의 소설을 다 읽고 또 옛날의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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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노래 / 이해인삶 2023. 8. 19. 08:26
쌀의 노래 / 이해인 나는 듣고 있네 내 안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한 톨의 쌀의 노래 그가 춤추는 소리를 쌀의 고운 웃음 가득히 흔들리는 우리의 겸허한 들판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네 하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엄마의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희망을 안쳐야지 작은 양의 쌀이 불어 많은 양의 밥이 되듯 적은 분량의 사랑으로도 나눌수록 넘쳐나는 사랑의 기쁨 갈수록 살기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아야지 밥을 뜸 들이는 기다림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망으로 내일의 식탁을 준비해야지 지난 8월 18일이 쌀의 날이었습니다 농업, 먹거리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세상 민심이 안타깝습니다 식량 자금률이 19%대에 머무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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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름 소풍삶 2023. 8. 13. 13:43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레일바이크, 삼악산케이블카, 소양강처녀 알현, 1,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달리는 레일바이크 입니다 김유정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점순이가 살고 있는 김유정 역에서 출발 합니다 열차타고,,,, 종점으로 셔틀버스로 원점(김유정역) 회귀입니다 2, 삼악산 케이불카 입니다 3, 왔으니까 닭갈비 입니다 4, 소양강처녀 알현 입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