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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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삶 2021. 2. 25. 21:05
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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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그리움/ 이외수산 2020. 4. 22. 21:26
하늘빛 그리움/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유를 물을 필요가 있는가? 봄 무등산에서는 포근하기만 하다 저녁이면 해가지고, 새벽이 지나면 별도 진다 그래도 무등산의 봄은 슬픔의 시작이다 삶은 자기 자신의 집착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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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이향아삶 2020. 3. 20. 22:14
동행 / 이향아 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 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에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 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분지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 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 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봄, 혼자려니 하다가 꽃피고, 바람 불어 위안이 되고,,, 꽃 피는 시절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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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난, 청산도 슬로길 걷기 1산 2020. 3. 17. 17:42
동경 126°59′, 북위 34°08′에 위치하며, 완도에서 남동쪽으로 19.7㎞ 지점에 있다. 면적은 33.27㎢이고, 해안선 길이 42㎞이다. 서쪽에 대모도(大茅島), 동쪽에 황제도(皇帝島), 남쪽에 여서도(麗瑞島)가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청산도는 임진왜란 이후 주민들이 입도하였다고 하며, 1866년(고종 3)에 청산도에 진(鎭)이 설치되었다. 1895년에 진이 폐지되고, 1896년에 완도군 청산면이 되어 현재에 이른다. 지명은 물도 푸르고 산도 푸르다 하여 청산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하여 선산(仙山) 또는 선원(仙源)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지질은 대부분 산성화산암류와 불국사화산암류로 형성되어 있다. 대봉산(大鳳山, 379m)·매봉산(梅峰山,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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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같은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 임숙희삶 2020. 3. 12. 05:18
바람 같은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 임숙희 속마음을 다 보여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을 괜찮은 사람이 그리운 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좋을 허물없는 사람이 그리운 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삶의 기쁨을 느끼며 말없이 포근한 포옹으로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소한 일상을 묻는 관심 어린 말 한마디에 가슴 따뜻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심히 건넨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가슴을 어여쁜 말로 때로는 쓴소리로 마음을 흔드는 바람 같은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립니다 오늘은 저에게, 어느 선물 같은 분이 오실까'''? 많은 이야기, 많은 사람은 금방 하루를 소비합니다 오늘은, 저의 가슴을 끓게 하는 이가, 저의 닫혀버린 마음의 작은 방들을 열어줄 이가 오십시요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