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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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삶 2022. 2. 19. 07:50
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우수,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날 입니다 양지뜰에는 갓난아기 이빨나듯,,,,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하리라 이른 아침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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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 정호승삶 2022. 2. 12. 20:12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https://youtu.be/8G9ILXSfVi4 (안치환: 봄길 ) 몇 일 후면 정월 대보름이고, 우수도 다가옵니다 소망이 가득한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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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기형도삶 2021. 4. 13. 21:17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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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보고 싶었다 / 김윤진삶 2021. 3. 30. 21:15
그래 보고 싶었다 / 김윤진 잘 지냈구나 안정된 목소리가 평안함을 말해주는 너의 부드러움을 접하고야 비로소 나의 혼은 자유로웠다 한곳에 정신을 모으고 있을 땐 그곳에 모두 묶여 있지 낯설고 어두운 국도를 밤새 돌고 도는 듯한 막막함 소식 없는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온전히 자리했을 거라 여겼을 땐 이미 빗겨간 후였고 무엇도 아닐 거라 여겼을 땐 다시 돌아와 마음을 지키고 있는 참 무심한 친구였다 잘 있었구나 그리움이 혈관을 타고 흐를 땐 언 눈물이 되었지 그래 보고 싶었다 어떤 숫자로도 매길 수 없는 너의 참 의미를 느끼며 늘 곁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나무등에 업혀서 봄을 맞이합니다 기다리고, 마음 졸이던 나무,,,, 내일을 향항 생명은 이 봄에, 다시 피어납니다 감사함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너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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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씨 / 서정윤삶 2021. 3. 10. 08:04
꽃 씨 / 서정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 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오늘은 제가 장가간지 30년이 되는 날 입니다 ㅎㅎ 봄 날처럼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함께 해준 옆지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