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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삶 2021. 2. 25. 21:05
남겨두고 싶은 순간 /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봄은 어김없이 옵니다
잊었던 나쁜 기억도 ,,,,
어느말 살아서 아지랭이처럼 기어서 다가옵니다
그대 가는 봄 길에
작은 마음 가득 실어
봄과 함께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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