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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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 -정호승 -삶 2014. 3. 26. 06:54
봄 길 - 정호승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른 새벽에 봄 비 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아파트 배란다로 물흐르는 소리가 좋습니다 모두에게 꿈결로 인도하는 시냇물 소리겠죠? 어제 퇴근길에 답답한 마음으로 초등학교 모교에 들렸습니다 제가 심은 은행나무도, 저희 동네 부잣집 마당에 자라던 향나무도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것은 나무들의 크기가 커졌고, 저의 마음이 그 시절에 비하여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 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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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 이정하 -삶 2014. 3. 25. 23:23
꽃 잎 / 이 정하 그대들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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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류시화삶 2014. 3. 25. 23:21
들 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산이나, 들에서 꽃을 만나면 언제나 설렌다 특히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피는 야생화는 더욱 그렇다 섬에서 자생하는 춘란이 꽃대를 올렸습니다 추운 겨울, 태풍을 이기고 봄이면 어김없이 피는 경이로움!! 하분은 꽃대가 들짐승에게 뜯겼네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저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힘차고, 행복한 아침 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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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삶 2014. 3. 23. 20:53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 -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말고 산을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도 칠현산 진달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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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좋아하는 이유-윤보영삶 2014. 3. 22. 01:32
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당신 - 윤보영 - 참 귀엽다 참 깜찍하다 참 예쁘다 참 아름답다 참 곱다 참 행복해 보인다. ‘참’이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당신! 그러고 보니 내가 당신을 좋아하길 ‘참’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참’좋은 내 당신! 들꽃을 좋아하는 이유 -윤보영- 내가 들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들꽃을 보면서 들꽃처럼 아름다운 그대! 내 안의 그대 모습을 마음껏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난 그대 모습이 모여 꽃 천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꽃 천지 속에서 그대가 좋아할 꽃 한 송이 되고 싶은 간절함 때문입니다. 행복한 새벽입니다 사랑 가득한 세상이길 소망합니다 눈을 뜨는 순간, 아, 더 이상 행복할 순 없어! 이러시고 일어나세여 전 사랑도로 봄 맞이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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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잎의 여자 -오규원-삶 2014. 3. 21. 08:27
한잎의 여자 - 오규원 -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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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랑 - 도종환삶 2014. 3. 19. 07:48
혼자사랑 - 도종환 -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가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섯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가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 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행복한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시와 함께 열어 봅니다 행복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