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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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그 화려했던 가을 날!산 2022. 12. 13. 10:50
송광사의 아침 / 허형만 아침이라고는 하나 산문을 채 빠져나가지 못한 안개가 층층나무 무량층에 걸터앉아 조계산 등성이를 마악 건너온 넋새 한 마리 밤이슬 젖은 머리 쓰다듬어주고 있다 그려 그려 고생했네 고생했네 삭신도 내려놓으면 홀연 이 아침처럼 화엄이 보일 터 노스님 예불 소리에 처머 끝 풍경이 운다, 울어 깨끗해지는 한 생애여 무성한 시간의 수풀 사이로 나도 돌아갈 길이 보이는 듯. 일주문, 불일암, 송광사로 한바퀴 걷습니다 암자의 겨울 준비로 곶감 말리기 ㅎ 불일암 가는길, 무소유길 걷습니다 아름다운 대숲길,,,! 바람에 서걱이는 소리가 예술 입니다 불일암이 잘 보이는 곳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법정 스님의 책 구절을 잠시 떠 올려 봅니다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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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을 지나며삶 2022. 6. 4. 09:40
하나의 씨앗이 당신의 마음에 어떤 믿음이 움터 나면 그것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고 하나의 씨앗이 되게 하라. 그 씨앗이 당신 마음의 토양에서 싹트게 하여 마침내 커다란 나무로 자라도록 기도하라. 묵묵히 기도하라. 사람은 누구나 신령스런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지라도 맑고 환한 그 영성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 그릇 된 길에 헛눈 팔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귀한 것일지라도 입 벌려 쏟아 버리고 나면 빈 들녘처럼 허해질 뿐이다. 어떤 생각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지다가 마침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씨앗은 쭉정이로 그칠 뿐,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이룰 때 그 씨앗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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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삶 2020. 8. 24. 06:27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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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삶 2020. 3. 30. 18:07
깨달음의 길 / 법정(法頂) 스님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오직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지혜(智慧)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慈悲)의 길이다. 하나는 자기 자신(自己自身)을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삶을 매 순간 개선(改善) 하고 심화(深化) 시켜 가는 명상(瞑想)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實踐)이다. 이 지혜(智慧)와 자비(慈悲)의 길을 통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지녀 온 불성(佛性)과 영성(靈性)의 씨앗이 맑고 향기롭게 꽃 피어난다. 본래 청정(淸淨) 한 우리 마음을 명상(瞑想)과 나눔으로 맑혀야 한다. 사랑이 우리 가슴속에 싹트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진정한 탄생(誕生)이고 부활(復活)이다. 세상(世上)이란 무엇인가? 바로 우리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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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삶 2017. 6. 21. 22:12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 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게 되면 그 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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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돌담에 서서삶 2017. 4. 28. 22:14
혜화역 4번 출구/이상국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 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 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 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