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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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삶 2021. 7. 22. 08:13
들길을 걸으며 / 나태주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건 내게 얼마나 행운 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대 한 사람 어제는 내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 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 했습니다 어제 내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걸 나는 봅니다 나는 당신에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걷기로 시작합니다 건강이란 행복나무에 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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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 태 주삶 2019. 12. 23. 10:00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 태 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집『슬픔에 손목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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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한 설악산 단풍 산행3산 2015. 10. 21. 23:28
본격적으로 계곡에 진입합니다 약간의 경사와 험한 구간에 산님들과 엉키어서 위험했습니다 깊은 계곡이 주는 느낌은 신비롭습니다 폭포와 소를 지납니다. 맑은 물이 햇살에 반짝입니다. 이곳을 보러 오늘 산행을 했습니다 살다보면 떠나보낼 것과 가슴을 파서 담을 것이 있습니다 이 거대한 암릉을 파서 아름다운 설악의 정기를 담은 것을 보면서, 저의 삶도 한번 돌아봅니다 오늘이 지나면, 이 아름다운 곳에 단풍이 지고, 겨울이 오리라! 아름답고, 그립던 그때를 기억하는 일은 추억하는 일 밖에 없겠죠? 어느날 툭하고 불쑥 그리워 지는 날, 다시 오리라!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인생이다 -- 랄프 완도 에머슨 -- 이 호박소를 봅니다. 세월의 깊이에 압도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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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세상 / 나 태 주삶 2015. 10. 5. 09:49
꽃이 되어 새가 되어 /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 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도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겨울행(行) / 나태주 열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 나태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밤사이 내려와 놀던 초록별들의 퍼렇게 멍든 날개쭉지가 떨어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