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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우물 / 노향림
    2020. 4. 5. 11:55

    깊은 우물 / 노향림

    그대 가슴에는
    두레박줄을 아무리 풀어내려도
    닿을 수 없는 미세한 슬픔이
    시커먼 이무기처럼 묵어서 사는
    밑바닥이 있다.

    그 슬픔의 바닥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안 보이는 하늘이 후두둑 빗방울로 떨어지며
    덫에 걸린 듯 퍼덕였다.

    출렁이는 물 위로
    누군가 시간의 등짝으로 떠서 맴돌다
    느닷없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다.
    소루쟁이 풀들이 대낮에도 괭이들을 들쳐메고
    둘러선 내 마음엔
    바닥 없는 푸른 우물이 오래 묵어서 숨어 있다

     

    지금도 나는 봄이면 대흥동헌에,

    봄꽃 피는 날, 옛날의 흔적을 찿으러 갑니다

     

    우리의 시간이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흐르고, 때론 곤두박질도 치고,,,

     

    꽃이 피어 있을 때는 모릅니다

    떨어져야 알 수 있겠지요

     

    제 옆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셀카도 찍고,,,

     

    편안함 가운데, 서 봅니다.

     

     

    ※ 오늘 현재 대흥동헌의 벚꽃 개화 상태는 9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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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