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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을 지납니다
    2020. 4. 3. 22:00

    매화꽃이 보는 곳을 보라/이산하

     

    나도 가끔은 매화처럼 살고 싶었다

    매화꽃이 보는 곳을 보고

    매화 향기 가는 곳을 가고 싶었다

    다른 꽃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필 때

    매화처럼 땅을 내려다보며 피고 싶었다

    눈보라 속 잎보다 먼저 꽃 피고 싶었고

    어둠 속 매화 향기에 취해, 나도

    그 암향을 귀로 듣고 싶었다

     

    매화나무처럼 열매 속에 독을 넣어

    새들이 함부로 씨를 퍼뜨리지 못하거나

    매서운 추위 없이 곧바로 새 가지에

    열매 맺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가끔은

    매화꽃처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땅의 생채기에 단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화꽃이 보는 곳을 보다 보면

    매화 향기 가는 곳을 가다 보면

    나는 이미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공의 바탕에 단청을 하고 있었다

     

    좌우의 치우침이 아니라 아품이 있는 날,

    4.3

     

    이 땅에서 열심히 살면서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

    옳고 그름이 있는 봄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긴 겨울을 바위틈에서 보내고,

    꽃을 피운 암릉 진달래처럼

    굴하지 말고 살아보자구요

     

    꽃은 살아 있는 누구나 피울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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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