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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삶 2015. 7. 1. 21:15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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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삶 2015. 6. 29. 18:1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해탈의 경지를 알고 싶으면 물풀을 보라 물풀은 화사한 꽃으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 않고,달콤한 열매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도 않는다 봄이면 연둣빛 싹으로 돋아나서 여름이면 암록빛 수풀로 무성해지고, 가을이면 다갈색 아품으로 흔들리다 겨울이면 조용히 스러지는 목숨, 그러나 물풀은 단지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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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행 / 김재진산 2015. 6. 26. 11:55
동 행 / 김재진 절망이 내게 문자를 보낸다 나는 절망의 메세지를 읽는다 불안이 내게 문자를 보낸다 나는 불안이 보낸 메세지를 읽는다 읽고 버린다 그대의 암은 그대의 두령움이 그대에게 보낸 문자 그대의 모든 상처와 그대의 모든 병은 그대의 소외와 그대의 공포가 그대에게 보낸 문자 그들이 보낸 메세지를 우리는 해독 할 수 없다 기쁨과 고통이 함께 우리의 동반자지만 우리는 그들의 동행을 이해할 수 없다 상처와 치유가 함께 우리의 동반자지만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 날 설악산 공룡능선을 지나다가 보았습니다 여름이 왔으니 다시 그 길로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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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찜으로 저녁을 ?음식 2015. 6. 25. 21:48
오늘 저녁은 굴비찜! 법성포 친구가 보내준 굴비를 손질(비늘, 지느러비 등) 하고, 찜에 필요한 야채를 준비합니다 잘 정돈되고, 신선한 굴비! 제철 감자 양파와 고추 대파, 종주파, 고춧가루, 다진마늘, 생강, 양조간장, 들기름, 물 약간, 매실효소,,,? 양념장은 너무 짜지 않도록, 왜 굴비는 간이 되어 있으니까! 양파를 깔고, 감자를 올립니다 굴비도 올리고 양념장을 굴비에 골고루 올리고, 가열합니다 자작하게 졸여서 익힌 굴비찜 너 --무 단촐한 우리 밥상! 가지무침, 김치, 총각김치, 무우말랭이무침! 완성된 굴비찜! 제가 반쪽을 분질러서 해체, 흡입했습니다 완두콩밥과 비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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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중에서삶 2015. 6. 21. 09:00
심안(心眼) 현상을 떠나 본성에 이른 눈이다 심안을 가진 인간은 사과에 감동한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시가 보이고, 사과 속에 들어 있는 노래가 보인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이 보이고,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은총이 보인다 진정한 사랑도 심안에서 출발하고, 진정한 예술도 심안에서 출발한다 심안을 가진 인간이야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인간이다 -- 외뿔 중에서 이외수 -- (개심사 왕벚) 영안(靈眼) 영안의 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은 깨달음을 얻은 인간이다 사과가 해탈의 결정체로 보인다 신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과 자신의 본성과 사과의 본성이 하나로 보인다 비로소 삼라만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개심사 왕벚의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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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엽서/ 이외수삶 2015. 6. 15. 13:47
여름엽서/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