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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김재진삶 2015. 2. 9. 13:54
행복 / 김재진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마리 벌이 꽃 위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세상을 눈여겨 보라 멀리 산 그림자 조금씩 커지고 막 눈을 뜬 앵두꽃 이파리 하나 하나가 눈물겹도록 아롱거려 올 때 붙잡는 마음 툭, 밀어 놓고 떠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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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시삶 2015. 2. 1. 22:02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을 사랑하소서 /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상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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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산 2015. 1. 28. 20:32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눈이 밝아진답니다 그리고 긍정으로 변하구요 여행이 주는 한 줌의 쓸쓸함을 즐겁게 맛들이는 시간? 인생이라는 긴 기차 여정에서 이 순간 좀더 자유롭고 겸손하고 싶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해장국 한그릇하고 성판악으로 달려갔더니 차를 주차할 곳이 벌써 꽉? 길가에 주차를 하고 산으로 오릅니다 사람들이 등산로에 가득하고,,,, 줄 맞춰서 걷습니다 진달래밭대피소애 접근하자 발 아래 운해가 가득합니다 표지판이 눈속에,,,, 대피소 모습, 눈이 엄청나게 쌓였습니다 대피소 위에서 백록담도 바라보고, 조망을 즐깁니다 대피소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파란 하늘과 눈, 이런 멋진 날씨는 한라산에서 처음입니다 등산로에는 인간띠가 되었습니다 산 아래에 사라오름이 보입니다 오르는 사람들, 각자 무슨 목적으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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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 / 김현승삶 2015. 1. 11. 06:07
절대고독 /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했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덕유산에서 찬바람 맞고 왔습니다 가슴에 부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