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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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김사인-삶 2014. 1. 30. 10:35
섣달 그믐 -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가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이만하면 괜찮다 섣달 그믐날 입니다 비가 내립니다 저녁무렵 바다로 해넘이 하러 가려했는데,,,, 지난 1년동안 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그믐 날! 잠 자면 눈섭이 희게 샌다는데,,, 모두 행복한 명절되시고, 정겨운 재회를 위하여 이동하시는 동안 안전운행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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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이정하-산 2014. 1. 27. 21:26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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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소망-서정윤산 2014. 1. 26. 18:11
작은 소망 서정윤 섭리의 계단조차 너무 힘들다 그분이 주관하시는 흐름에 떠밀리며 내 숨겨온 소원을 나지막이 빌어 보지만 보다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작은 나에게 손 내미는 천사는 오지 않는다 아직 그들만큼 어렵지 않다는 판단인지는 몰라도 지금 나는 너무 큰 고통에 빠져 있는데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가 치받쳐 숨 쉴 때마다 귀가 울리고 밤이 되는 것이 두려워 불을 끌 수도 없다 나도 그들처럼 큰 소리로 불러보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말하지 못할까 봐 잠시 멈칫 하는 사이에 그들의 소리가 나보다 앞서 나간다 그래도 그분의 은총 속에 살아 있기에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멀리 서서 바라보고 있다 그분이 조금의 여유를 가질 때만 기다리며, 이만큼 떨어져서 쭈뼛거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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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시집을 읽으며!!!삶 2014. 1. 26. 11:21
어느 아리따운 이에게 보낸 엽서와 시집입니다 지금은 제가 읽고 있고, 그 여인은 저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오늘, 오랜 시집을 읽는데 편지가 있네요 1988,03,02일자 엽서 입니다 저의 시절에는 전화보다는 모든 것이 편지였지요!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이 더욱 깊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 진실로 슬픈 것은 조병화 진실로 슬픈 것은 너와 내가 돈을 따지게 된 거다 그리고 너와 내가 소속을 따지게 된 거다 그리고 그런대로 너와 내가 서로 서로를 모르는 채 살다간 헤어져야 한다는 거다 봄 여름 시시하게도 다 지내고 말았구나 너와 내게 한 번 주어진 이 인생, 이 시간 모두 새버리고 지금은 가을 지나 온 시간 저쪽 기억의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