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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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 구상삶 2023. 7. 28. 06:57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오직 행동만이 오늘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뭄에도, 장맛비에도 살아남은 메밀꽃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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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 / 도종환삶 2023. 7. 20. 07:41
다시 아침 /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페달로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핸들로 앞바퀴의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가는 것은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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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나태주삶 2023. 6. 9. 07:59
아침에 일어나 /나태주 세상에 평가가 어떻든 바깥세상의 결정이 어떻든 스스로 혼자서 안으로 행복하고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너의 결정 참으로 대담하고 훌륭해 바로 그거야 네가 드디어 찾아낸 너의 삶의 방법을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해 끝까지 응원할 거야 수정처럼 맑고도 아름다운 너의 영혼이 혼자서 외롭지만 당당하게 멀리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하여 끝내 네가 바라는 성공을 만나는 순간을 보고 싶어 너는 참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내가 너를 사랑하기를 잘했구나 싶어 네가 오늘도 아름답고 씩씩하게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해 참으로 믿음직하고 고마워 너는 나의 사랑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도 땅도 너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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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 최영미삶 2022. 11. 24. 20:25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햇살은 아침이쥬,,,? 사람도 아침이구요 참 특별한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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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삶 2022. 6. 18. 05:43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창밖엔 때 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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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나 있음이 / 김명숙삶 2022. 4. 5. 08:33
그 안에 나 있음이 / 김명숙 이른 아침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마음은 맑아지고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의 투명함 매료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다 살짝 손끝으로 느껴보는 촉촉함 싱그러운 공기가 더없이 좋음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잔잔한 풍경 속을 차창을 열고 달리다보면 코끝에 전해지는 향긋한 꽃 내음 지천에 핀 찔레꽃 고운 향기에 기분은 상쾌해지고 둔탁한 농기계소리까지 흥겹게 들리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전원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 고개를 숙인 체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들. 구부정한 허리에 손을 얹고 가끔 허리를 펴기도 하는 주름지고 거무스레한 얼굴 위에 해맑은 웃음이 좋은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들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봄이면 연둣빛 새싹이 돋아 신록이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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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강은교산 2021. 10. 21. 02:56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욱 한다면, 제 마음의 수양이 아직도 멀은 거겠죠? 깊고 큰 울림이 있는 삶을 원하지만, 멀기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털려고,,,, 새벽 산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