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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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것들 / 황지우산 2020. 5. 7. 21:25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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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 황지우산 2017. 12. 28. 18:35
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리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봉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사람으로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 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 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소리가 짐승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군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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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내린 날,,,!삶 2017. 12. 20. 18:00
마음의 지도 속 별자리 / 황지우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박힌 눈으로 동트는 지평선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 거리는 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경(經)도 없다 경(經)이 길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구만리 청천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자기(自己)야 우리 마음의 지도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거야 대설주의보 내린 날,,,! 놀이터 가장 자리에 남아있던, 마지막 단풍이 눈에 덮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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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단풍 2(대승령-십이선년탕-남교리)산 2017. 10. 27. 20:59
계곡길을 걷습니다 낙옆이 진 계곡에도 파아란 풀이 자랍니다 주목도 인사를 나누고,,, 요기까지는 낙옆이 졌습니다 복숭아탕 위쪽입니다 단풍이 서리에 고시러졌습니다 계곡은 오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역광이라서,,,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예보세요 죽선이 아니지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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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가 만발한 고려산을 다녀오며,,,!산 2017. 4. 24. 22:38
0, 산행코스 : 청련사~고려산(436m)~진달래군락지~고인돌군~낙조봉~미꾸지 고개 0, 산행거리 : 8km / 산행시간 : 놀멍놀멍 3시간^^ 0, 산행나이도 : 보통~하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산행지도 이른 아침 청련사의 모습입니다 연초록과 흙길이 좋았습니다 산이라 함 돌계단과 로프이지만 이런 풍경과 느낌도 참 좋습니다 고려산 정상을 우회하면서,,, 모퉁이를 돌자 진달래 군락지가 보입니다 와---우 여러 방향으로 조망을 하고 군락지로 내려섭니다 철쭉을 심은듯,,, 진달래밭이 붉게 탑니다 지나온 길,,, 역광으로 한번 담아 봅니다 진달래 군락지는 역과에서 참 붉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담아봅니다 봄은 참 화려하지만 금방 갑니다 흡사 우리의 삶처럼,,,! 기다리는 봄은, 아랑곳 하지 않고 흘러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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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 황지우삶 2017. 2. 13. 22:11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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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에도 옆으로 사는 소나무가 있다!산 2016. 12. 5. 04:06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계룡산 자연성능 능선에도 옆으로 살아가는 소나무가 있다 풍파를 견디며, 천길 아래 낭떨어지를 바라본다 버리고, 내려놓아서 가벼우니까? 살아남는 건가? 출가하는 새 / 황 지 우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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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과 철쭉꽃, 그리고 나산 2016. 6. 15. 19:19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외눈박이 물고기처럼그렇게 살고 싶다혼자 있으면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기다림도 그 한가지이다보여주는 것만큼 보고 가지만, 여러번의 노력을 요구한다기다림으로 계속하다 보면 한번은 보게되니까?백록담이 안개에 덮혀간다금새 환하게 걷히고,,,, 변화무쌍하다백록담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