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리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봉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사람으로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 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 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소리가 짐승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군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앞에 꼭 한 길이 있었고, 벼랑으로 가는 길도 있음을
마침내 모든 길을 끊는 눈보라, 저녁 눈보라,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 말한다힌 눈이 산기슭을 채우면,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뜁니다
고독같은 번짐이 몰려옵니다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 시퍼 (0) 2018.01.04 용봉산 새해 일출 (1) 2018.01.01 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 (5) 2017.12.15 용봉산 설경 (2) 2017.12.12 그 섬에 가고싶다, 지심도,,! (4) 201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