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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보라 / 황지우
    2017. 12. 28. 18:35

    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리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봉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사람으로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 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 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소리가 짐승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군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앞에 꼭 한 길이 있었고, 벼랑으로 가는 길도 있음을
    마침내 모든 길을 끊는 눈보라, 저녁 눈보라,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 말한다

     

     

     

     

    힌 눈이 산기슭을 채우면,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뜁니다

     

    고독같은 번짐이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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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