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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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봉 / 천양희산 2020. 6. 22. 12:57
최고봉 / 천양희 높은 산에 오를 준비를 할 때마다 장비를 챙기면서 운다고 고백한 산사람이 있었다 14번이나 최고봉에 오른 그가 무서워서 운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비밀을 안 것처럼 나도 무서웠다 산 오를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싼 짐을 풀지만 금방 울면서 다시 짐을 싼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도 울면서 짐을 싼 적이 있다 그에게 산이란 가야 할 곳이므로 울면서도 떠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할 길이 있는 것이다 능선에 서서 산봉우리 오래 올려다보았다 그곳이 너무 멀었다 혼자라는 생각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외롭다는 뜻일 것이다 산행은 잠시 이를 잊게 해준다 여기가 끝이겠지 오르면 또 산이 있어서 나의 정신을 무너트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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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가슴에 저장된 파일입니다 / 김윤진산 2020. 5. 28. 06:19
그대는 가슴에 저장된 파일입니다 / 김윤진 눈의 거리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줄 알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잊혀지면 영영 잊혀질 줄 알았습니다 가슴에 저장된 파일처럼 더는 담을 수 없이 가득 찬 커다란 파일이 그대인 것을 펄펄뛰는 조바심은 없지만 그대에게 중독 되어 가슴으로 머무른 영원한 초대 잊혀지면 잊혀지는 대로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적당히 희석된 열정은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살아온 만큼의 넉넉함입니다 사랑이란 폴더 안에서 그대의 흔적을 회상해 보노라면 아직도 기억의 문고리는 지난날을 붙들고 있었기에 파일은 손상되지 않았음을 애써 잊으려 안한 까닭일까요 서둘러 보내지 않으렵니다 아아, 그대는 고스란히 가슴에 저장된 파일이었습니다 밤에도 기차는 종착역을 향해서 달립니다 삶도 시간을 겹겹히 접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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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이형기산 2019. 5. 4. 18:29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는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가는 바람에도 불고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다시 봄, 그리고 뱀사골에 왔습니다 더 행복하거나, 더 부자가 되거나, 더 나아진 것은 없지만 삶에서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물소리에 가슴 깊은 곳 찌꺼기를 흘려보내며, 고통이 임계점을넘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안에 안락함을 넘어야지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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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산 2019. 5. 2. 21:51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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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응원,,,!산 2018. 8. 19. 22:55
그대는 뭘 해도 될 사람입니다. 다가 올 일에 대한 걱정은 눈 앞에 왔을 때 생각하기를 아차피 그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마세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최선을 다 한다 해도 안되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일들도 뒤돌아보면 별거 아닙니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할 때도 있고 가만히 숨을 고를때도 있는 법입니다. 놓친 차는 다시 오는 차를 타면 되고 돌아가더라도 그 곳에 도착하면 될 일이며, 노력해도 안되는 건 놓아 주면 됩니다. 그저 물 흘러가는 대로 그저 바람이 부는 대로 담다 두지 말고 고이 보내주십시오. 작은 돌들이 모여 흐르는 강을 막는 댐이 되 듯 즐겁게 흘려 보내기도 모자란 우리네 인생을 걱정이라는 돌로 막지 마십시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