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22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내일부터 무척 추워진답니다 가을도 얼마남지 않은듯 합니다 가을에 생각나는 시를 올려 봅니다 죽도록 사랑해서(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익어가는 가을(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

2013.10.24

꽃(유안진)

꽃으로 잎으로(유안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뭐니뭐니 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고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근소근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 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리에 우정을 키우며 이 세상 한 울타리 안에 이 하늘 한 지붕 밑에 먼 듯 가까운 듯 꽃으로 잎으로 우리는 결국 함께 살고 있습니다.

농부이야기 201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