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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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 이정하삶 2022. 9. 7. 08:15
이 아침 / 이정하 커피 물을 끓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그렇게 떠나갔는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 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 물을 끓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베란다의 화초처럼 여전히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고 늘 그런 것처럼 용건만 남기라는 낯모를 음성에 나는 아무 할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립니다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끓어 넘치고 어느덧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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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삶 2022. 7. 11. 06:35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하여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어둠이 된다 마음의 정원에 아름다운 꽃 한송이 심는 월요일 되십시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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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강은교산 2021. 10. 21. 02:56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욱 한다면, 제 마음의 수양이 아직도 멀은 거겠죠? 깊고 큰 울림이 있는 삶을 원하지만, 멀기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털려고,,,, 새벽 산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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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보내며,,,,삶 2015. 1. 31. 08:56
1월에는 / 이삭빛 1월에는 가슴에 베인 상처를 가진 자 눈 내리는 시린 소리까지 자작나무 불타는 소리로 듣게 하소서 멀리서 들려오는 키 작은 소리도 희망의 언어로 설레게 하소서, 식어버린 감정의 소용돌이도 새벽마다 해돋이로 솟게 하소서. 그리하여 세상의 각박함을 가난한 몸짓하나라도 한 줄기 빛처럼 춤추게 하소서. 한 잔에 술로 슬픔을 잊기보다 한 대의 담배로 고통을 망각하기보다 만 번의 고달픔일지라도 갇혀버린 허상의 광야를 뜨거운 길로 개척해나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청마처럼 하얀 눈 언덕 맘껏 누릴 수 있는 사소하고도 기쁜 사랑 매일 만나게 하소서, (제주 일출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