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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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삶 2023. 2. 5. 22:04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길섶마다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발뒤꿈치를 들어 나는 그저 어린 날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보는 길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눈이 여름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 없이 까치처럼 흰 눈을 머리에 쓴 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이 길 설산으로 향한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저녁 노을 앞에서 문득 문정희 시인의 가을 우체국이란 시간 떠올랐다 ---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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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 노향림삶 2022. 7. 26. 17:54
간월도 / 노향림 간월도에 와 간월암 너무 아득해서 그만두고 높은 돌계단의 해탈문에 이르러 누구나 한번쯤 옷깃 여민다는 그곳도 말고 나지막한 바위섬 아래 갯벌로 걸어내려가리. 하루에 두차례 햇볕 아래 펑퍼짐한 알몸 드러낸 석화 초만원의 나라, 갈고리와 파도가 싱싱한 엇박자로 울리는 세상, 등에 꼽추처럼 짊어진 대바구니 내려놓고 사람들 틈에 나도 퍼질러 앉아 만조도 깜박 잊고 석화를 캐리. 바닷물이 와 정강이와 허벅지를 서늘히 누르면 일몰에도 가라앉지 않고 뜬 간월암 절집의 깜박이는 둥근 등불 바라보며 시간 앞에 넋 놓고 앉아 시간 따위는 잊어도 좋으리. 화엄은 멀고 수평선에 박힌 석화만큼 이지러진 초승달 앞에 까고 있던 한 소쿠리 비린 목숨 내려놓고 바다 밖으로 해탈하듯 잦아드는 달빛 소리나 귀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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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 이재훈삶 2021. 2. 9. 22:13
사랑합니다 / 이재훈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랑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거죠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지라도 나에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지라도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랑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건 이 세상이 나에게준 선물인 거죠 나에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지라도 기억해요 당신만을 나 사랑할께요 나 언제까지나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놀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지라도 영원히당신을 사랑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노래처럼,,,, 당신 저물고 있습니까 당신 물들고 있습니까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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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삶 2020. 1. 24. 12:43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스한 밥 한끼에 삶의 진한 채취를 느끼는 날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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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삶 2019. 3. 3. 06:54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별이 쏱아지던 여름 날의 설악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탕을 뿌린 것처럼 빛나던 은하수도 그립습니다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다 「 월트 디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