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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가지않는 길위에 / 이외수
    2020. 12. 18. 20:41

    아무도 가지않는 길위에 /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말도 하기 싫고,

    생각도 하지 않으련다

     

    그러나,

     

    마음 깊이 깊이 새겨 추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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