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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지나오다 / 김수영산 2021. 11. 4. 22:31
숲을 지나오다 / 김수영
참나무와 졸참나무의 숲입니다
나뭇진이 흐르던 자리
(상처 없는 영혼도 있을까요)
가을이 오면 그 나무의 단풍이 많겠지요
오솔진 숲으로 흐르는 여름 해의 눈부신 역광
발효한 빛의 향기가 헤매이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꿀에 취해
더러운 흙에서 나서 죽을 때까지
쓸쓸하여 허기지는 것들
가을까지라면 더욱 무겁겠지요
푸른 채 떨어진 나뭇잎과 굳어가는 나무 줄기
잘 구워진 깊은 우물 같은 마음의 맨 밑바닥에서
벗겨낸 한 두름의 그늘은
그 그늘이 된 자리에서
더 낮은 곳으로 쟁쟁히 울립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있을까요
살면서 오래 아파함도 기쁨이겠지요가을이 진정 아름다은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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