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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밥상에-박노해음식 2014. 7. 31. 07:17
한 밥상에 / 박 노 해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침침한 독방에 홀로 앉아서 벽에 뚫린 식구통으로 식은 저녁밥을 받습니다 푸실한 밥 한 술 입에 떠넣고 눈을 감고 꼭꼭 씹었습니다 담장 너머 경주 남산 어느 암자에선지 저녁 공양 알리는 소리인 듯 종 울림소리 더엉 더엉 더엉 문득 가슴 받히는 한 슬픔이 있어 그냥 목이, 목이 메입니다 함께 밥 먹고 싶어 !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한 밥상에 둘러 앉아서 사는 게 별거야 혁명이 별난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늘 땅에 떳떳이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먹는 거지 나 생을 바쳐 얼마나 열망해 왔어 온 지상의 식구들이 아무나 차별 없이 한 밥상에 둘러 앉은 평화로운 세상을 아 함께 밥 먹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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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안도현삶 2014. 7. 27. 18:58
바닷가 우체국-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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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곽재구삶 2014. 7. 26. 11:02
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어제 저녁 비바람에도 아름다운 장미, 겔3로 잡아 보았습니다 어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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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삶 2014. 7. 1. 10:04
7월의 시 / 이 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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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의 계절!산 2014. 6. 29. 11:13
아침이면 짙은 운해가 인상적인 계절이 되었습니다 용봉산의 멋진 운해를 올립니다 백월산이 조망됩니다 갑자기 몰아닥치기도,,,,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과 가야산에도 운해가 가즉합니다 살아있다는 것 / 이정하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들꽃은 혼자 흔들린다 누구하나 눈 여겨 보는 사람 없지만 제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떨리는 게다. 그래도... 들꽃은 행복했다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용봉산의 명물! 옆으로 사시는 소나무입니다 뒷배경이 그림입니다 능선길 악귀봉을 넘는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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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를 만들며?음식 2014. 6. 28. 23:45
비빔국수를 먹으며 / 목필균 동대문 시장 옷가게와 꽃가게 사이 비좁은 분식집에서 비빔국수를 먹는다 혼자 먹는 것이 쑥스러워 비빔국수만 쳐다보고 먹는데 푸른빛 상추, 채질된 당근 시큼한 김치와 고추장에 버물려진 국수가 맛깔스럽다 버스, 자가용,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뒤엉킨 거리 옷감 파는 사람과 박음질하는 사람 단추, 고무줄, 장식품을 파는 크고 작은 상점이 빼곡한 곳 가난과 부유가 버물려져 사는 동대문 시장 가족과 동료, 시댁과 친정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 나와 버물려져 사는 사람들 새콤하고 달콤하고 맵고 눈물 나고 웃음 나고 화나고 삐지고 아프고 그렇게 버물려진 시간들 울컥 목구멍에 걸린다 예산국수(맛있다고 소문)를 삶고,,, 야채를 준비하고(상추, 풋고추,깻잎,쑥갓,치커리,,,,( 달걀도,,, 과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