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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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이정하-산 2014. 1. 27. 21:26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싶었다 /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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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하 시인산 2014. 1. 19. 08:51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하 시인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모카 향기 가득한 커피 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벗꽃들 사이로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쳐가는 봄바람같이 마음 가득 설레이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내 기도 속에 떨구어지는 눈물 속에 숨겨진 사랑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