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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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소망으로 / 용혜원삶 2020. 8. 2. 17:29
내 작은 소망으로 / 용혜원 내 작은 가슴에 소박한 꿈이라도 이루어지면 그 작은 기쁨에 취하여 내 마음의 길로만 갑니다. 언제나 당신 앞에 설 때면 짖궂은 개구쟁이처럼 더렵혀진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은 십자가의 아픔도 사랑의 빛으로 주셨으니 그 빛 하나 하나가 우리 가슴에 사랑으로 비추입니다. 오늘은 내 작은 소망이나마 그 빛 하나 하나가 우리 가슴에 사랑으로 비추입니다 오늘은 내 작은 소망이나마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마음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주여! 기도의 다리를 놓아주십시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큰 행복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낌니다 모두에게 소망이 가득한 8월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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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육체 / 이향아삶 2020. 5. 6. 06:30
정신과 육체 / 이향아 나는 한때 몸뚱이는 정신의 껍데기라는 말을 믿었다, 어리석게도. 죽으면 썩어질 부끄러운 몸, 영혼만 순결하고 영원하리라, 나는 그 말을 바보처럼 우러렀다. 백 사람한테 백 번 물어봐도 좋아 그건 말도 안 돼, 뜨거운 콧김 헐떡거리면서 중병도 아닌 겨우 독감으로 한 사흘 오슬오슬 시달리는 지금 내가 깨닫는 진리, 무거운 것 하나 육체처럼 절박하고 거룩한 것 있으랴. 육체는 정신의 아름다운 궁전 아니, 육체가 없으면 내가 없는 것. 말도 못하고 쭈빗거리던 삶, 주전자 물 끓듯이 지나갑니다 가슴 뛰게 살아온 시간들,,, 지금은 별나라에 갔지만, 저 바다를 걷고, 빛이 내리던 밤 조개구이로 쓴 소주도 하고,,, 그대가 그립습니다 밤 하늘에 별이 있고, 내 추억에는 그대가 있음이여 사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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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 안도현삶 2019. 12. 19. 20:50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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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 정 희삶 2019. 12. 12. 13:47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 정 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은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제4시집 《이 시대의 아벨》(문학과 지성사, 1983) 기적이 일어나라 간절한 나의 마음이 담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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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의 시 / 문정희삶 2019. 2. 2. 21:01
체온의 시 /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 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 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무거운 바위 틈에서도 풀꽃이 피고 얼음장을 뚫고도 맑은 물이 흐르듯 그늘진 거리에 피어나는 사랑의 빛을 보라 산등성이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라 우리 마음 속에 들어 있는 하늘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빛이 아니면 어두운 밤에 누가 저 등불을 켜는 것이며 세상에 봄을 가져다 주리 입춘이 이제 2일 남았습니다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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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는 것 / 류근삶 2018. 2. 15. 14:03
최선을 다한다는 것 / 류근 대부분의 파도는 육지에 닿기 전에 몸을 잃는다 살아서 오는 파도보다 푸른 해면에 제 흔적을 놓쳐버린 채 죽어버리는 파도가 더 많다 몸을 데리고 육지에 오르는 파도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자세를 잘 익혔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일찍이 들어본 바가 없었으나 몸을 잃고 돌아서면서 파도는 내게 삼진 아웃 당하고 돌아서는 타자처럼 말했다 나는 여기서 멈추기 위해 달의 힘까지 빌려 몸을 일으켰으나 육지에 몸을 더럽히지 않은 것으로 나의 길을 잘 마쳤다! 파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파도의 굳은살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바람 불고 파도치던 날 바라보는 바다도 사나웠다 차가움이, 마음을 평온하게 이끌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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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유람선 관광!삶 2016. 11. 28. 23:14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물어보고 의논하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흑산도와 홍도를 연결한 1박2일의 여행도 오후가 되어 간다 점심을 먹고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한바퀴 도는 여행이다 바람도 살랑 불고, 배도 부르고,,, 세상이야 어떻게 돌든 즐겨 볼란다 기암이 멋지고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