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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쓴다 -류근-삶 2014. 2. 14. 20:55
편지를 쓴다 / 류근
내가 사는 별에는 이제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주의 어느 캄캄한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거다
나는 때로 모가지가 길어진 미루나무
해 질 무렵 잔등 위에 올라앉아
어느 먼 비내리는 별에게 편지를 쓴다
그 별에는 이제 어떤 그리움이 남았느냐고,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년의 옷자락에
어떤 빛깔의 꽃물이 배어 있느냐고,
우편 배달부는 날마다 내가 사는 별
끝에서 끝으로 지나가지만
나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나는 늘 이별의 한가운데 살고 있으므로
날마다 우주의 사막을 가로질러가는 시간의 빛살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래도 나는 다시 편지를 쓴다
비가 내리는 별이여
우주의 어느 기슭을 떠돌더라도
부디 내가 사는 별의 사소한 그리움 한 방울에
답신해다오
나는 저녁놀 비낀 미루나무 위에서
못날 까마귀처럼 가만히
고개를 떨어뜨리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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