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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꽃
- 김승기 -
무엇을 감추었길래
텅 빈 속이 터질 듯
탱탱히 부풀어
톡 쏘는 향내 뿜으며
씨봉을 뽑아 올렸을까
아린 눈물 안으로 감추고
까맣게 씨로 맺히는 아픔
색 바랜 꿈이었다
고달픈 세월도 약이 되는가
흙 속에 내린 순정
뿌리 채 뽑혀
양념 고명이 되고 채소가 되어
식탁에 올려지면
하얀 속살에서 진물이 난다
가난한 사람들
처진 어깨에 가녀린 몸으로
언제까지 힘을 넣을 수 있을까
다시금 매운 몸뚱이 푸른 향내 뿜으며
씨봉을 뽑아 올린다겔3
텃밭의 대파가 꽃을 피었습니다
시인께서 노래하신 대로 대공은 비었지만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바람에 꺽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