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동백꽃!

농돌이 2015. 12. 8. 22:58

용봉산 석불사(용도사) 대웅전 옆에 동백이 철을 잊고서 피었습니다

붉은 꽃이, 힌 눈이 내린 겨울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내년 봄에는 어찌할꼬?

하산하여, 돌아온 후,

예전에 읽었던 홀로서기를 다시 읽습니다

중년에 일근 홀로서가는 느낌이 다름니다'

 

홀로서기2/서정윤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하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防備)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받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 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 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하지만,

언젠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지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