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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석불사(용도사) 대웅전 옆에 동백이 철을 잊고서 피었습니다
붉은 꽃이, 힌 눈이 내린 겨울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내년 봄에는 어찌할꼬?
하산하여, 돌아온 후,
예전에 읽었던 홀로서기를 다시 읽습니다
중년에 일근 홀로서가는 느낌이 다름니다'
홀로서기2/서정윤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하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防備)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받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 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 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하지만,
언젠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지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 다른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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