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청산도 유채에 물들다

농돌이 2021. 4. 25. 21:34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 류시화님의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의 편지 / 김윤진  (6) 2021.04.30
봄날 / 김용택  (6) 2021.04.28
홍가시나무가 살랑이는 청산수목원  (2) 2021.04.24
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  (5) 2021.04.22
물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 김소엽  (7) 2021.04.19